ⓒPhoto by Mike Erskine on Unsplash
ⓒPhoto by Mike Erskine on Unsplash

가뭄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하천은 수량이 줄어서 강바닥이 보일 정도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제한 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비가 오더라도 충분한 양이 오지 않으면서 장마철이 시작되기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최근 들어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전체 강수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물을 낭비하는 이벤트나 생활 습관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물을 낭비하는 이벤트를 자제하고, 일상생활에서도 물을 아끼는 자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식량 시스템의 문제
식탁에 오르는 모든 식재료를 기르는 데는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특히 물 없이 생산되는 식재료는 없다. 모든 생물은 물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에서 자란 채소나 과일, 곡물에서부터 바다에서 얻는 어류나 조류까지 모두 물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생산 과정에서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식재료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주식으로 삼는 쌀은 1kg을 생산하는데 2,500L의 물이 소비된다. 즐겨 먹는 돼지고기는 1kg을 생산하는 데는 6,000L의 물이 필요하다. 무려 2.4배나 많은 양이지만 돼지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약과다. 소고기는 1kg을 생산하는 데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인 15,000L의 물이 필요하다.

ⓒPhoto by Daniele Levis Pelusi on Unsplash
ⓒPhoto by Daniele Levis Pelusi on Unsplash

국내 1인 기준 하루 물 소비량은 280L이다. 일 년으로 치면 10만 리터인 것을 고려하면, 소고기를 6킬로만 먹어도 1인당 연간 물 소비량에 달할 정도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서구권 국가들이 육류 소비를 75%가량 줄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서구권의 부유한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고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육류 소비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독일에서 발표됐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4천만 톤의 육류가 소비되었으며, 이 수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는 연말에는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은 약 3억 5천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8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증가 추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육류 및 유제품 생산은 물 소비 외에 기후 변화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식량 시스템은 2021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약 절반은 가축 생산에서 기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육류 및 우유 생산국 중 20개국이 독일, 프랑스, 영국과 같은 전체 선진국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단독으로 배출하는 것이 확인됐다. 

◇ 육식주의에서 벗어날 때 
독일 본 대학교 마틴 팔라스카(Martin Parlasca)와 마틴 카임(Matin Qaim) 연구팀은 육류 섭취의 환경과 건강 및 경제적 영향에 대한 현재 연구 상태를 검토하여 서구권의 선진국들이 육류 소비를 최소 75% 줄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Photo by Darth Liu on Unsplash
ⓒPhoto by Darth Liu on Unsplash

현재 미국인들은 1인당 약 124kg의 고기를 소비하고 있으며, 유럽인들은 약 80kg을 소비하고 있다. 육류 소비량이 많은 미국과 유럽에서 육류는 권장되고 있는 식재료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육류를 소비한다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실 사람들은 육류 생산에 많은 물과 자원을 소비한다는 사실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들판에서 풀을 뜯으면서 사는 소들이 무슨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물을 소비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러한 풍경은 오늘날 축산업에서는 보기 드문 환경이다. 현재의 축산업은 많은 양의 에너지, 물, 땅을 사용하며, 대부분은 옥수수와 콩과 같은 동물 사료의 성장에 들어간다.

축산업의 토지에 대한 엄청난 수요는 자연 생태계에 큰 부담을 나타낸다. 가축 양식과 대규모 동물 사료 재배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땅이 제거된다. 그 과정에서 토착 식물과 종이 사라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늦추고 식량 안보를 확보하려면 우리가 음식을 먹고 생산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푸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미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하고 이대로 식량 시스템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먹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물의 절약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작권자 © 프롤로그(Prolog)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