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Birgit Loi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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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진보에 따라 인류의 평균수명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출산율은 극명하게도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고령화를 향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에 더해 최근 문제로 불거진 것은 가정 내에서 가족을 간호하는 ‘무급 돌보미*’의 존재다.
*돌보미:돌봄이 필요한 어린아이나 노인 등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사람

1990년대부터 무급 돌보미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영국은 지역 규모의 사회적 돌봄을 빠르게 도입한 덕분에 이러한 문제에 비교적 선진적인 입장에 있다. 그러나 영국 내에는 여전히 880만 명의 무급 돌보미가 존재하며, 심지어 이들 중 절반가량은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휴가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가 있다. 영국의 자선단체 ‘케어프리(Carefree)’는 무급 돌보미가 숙박시설의 공실에 무료로 머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18세 이상의 풀타임(주 30시간 이상) 무급 돌보미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숙박시설로는 호텔과 코티지(Cottage, 작은 집)가 있으며, 호텔은 동반자 1명까지, 코티지의 경우에는 추가로 부양가족 자녀 2명까지가 무료로 숙박할 수 있다. 이들이 쉬는 동안에는 연계된 커뮤니티 파트너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게 된다.

ⓒPhoto by Jilbert Ebrahim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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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공되는 모든 것이 다 공짜는 아니다. 교통비나 식비, 여행보험 등 숙박료 이외의 비용은 자기 부담이 된다. 그러나 평소 좀처럼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은 이들에게 이러한 한때의 휴가는 큰 의미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이용자의 98%는 삶의 질이 향상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돌보는 입장에서 벗어나서 홀로 산책을 하거나, 좋은 음악을 듣는 등의 선택은 결국 자신을 돌보는 것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에는 영국이 안고 있는 숙박시설 문제도 크게 관련되어 있다. 케어프리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영국 내 호텔에는 매주 100만 개 이상의 공실이 생기고 있으며, 심지어 수천 개의 휴가용 코티지가 일 년의 절반도 사용되지 않는 상태였다. 케어프리는 이러한 숙박시설 문제에도 접근하여, 사용되지 않은 시설을 가장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등록시설 수는 81개에 달하며, 서비스 이용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이 프로젝트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무급 돌보미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휴가를 얻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 더 나아가서 장기적인 목표로 돌봄에서 책임 의식을 사회 전체에 공유하고, 돌봄을 ‘개인이 겪는 문제’가 아닌 ‘우리 생활에 불가결한 것’으로서 다시금 재확인하고자 한다.

ⓒPhoto by Aditya Saxe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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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국내에서도 특히 가정 내 돌봄을 비롯한 무급 돌보미의 절박한 문제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한국은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개정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사업주는 근로자가 가족(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의 질병·사고·노령으로 인하여 그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허용하게끔 했다. 가족돌봄휴가 기간은 연간 최장 10일로, 일단위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감염병의 확산 등을 원인으로 재난 위기경보가 발령되거나, 이에 준하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경우로서 근로자가 가족을 돌볼 필요가 인정될 경우 휴가 기간을 최대 10일까지 더 연장할 수 있게 했다.

가족돌봄휴가는 근로자가 가족을 챙길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케어해야 하는 부분을 개개인에게 떠맡기는 부분에서는 나아가야 할 바가 크다. 

특히, 최근에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가족돌봄청년(Young Carer, 영케어러)’도 화제가 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무급 돌보미가 되거나 혹은 그러한 도움이 필요해질 가능성은 현대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벌어질 수 있는 문제다. 돌보미의 돌봄은 과연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케어프리의 활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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